참회진언(懺悔眞言)
옴 살바 못자 모지 사다야 사바하
참회진언은 모든 불보살께 귀의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진언(眞言)은 밀교에서 수행의 기본으로 삼는 비밀스럽고 신비한 말입니다.
준제공덕취(准提功德聚) 준제진언은 온갖 공덕을 갖추었으니
적정심상송(寂靜心常誦) 고요한 마음으로 늘 외우면
일체제대난(一切諸大難) 크고 작은 온갖 고난이
무능침시인(無能侵是人) 이 사람을 침범하지 못하네
여기서 준제는 준제진언을 가리킵니다. 준제진언을 찬탄하는 이 게송 뒤에 준제보살이 등장합니다. 준제보살은 흔히 관세음보살의 화신(化身)으로 설명되므로 준제진언 역시 관세음보살과 관련된 진언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이해하고 나면 걸리는 구절이 하나 있습니다.
천상급인간(天上及人間) 하늘 사람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수복여불등(受福如佛等) 부처님과 같은 복을 받고
우차여의주(遇此如意珠) 이 여의주를 만나면
정획무등등(定獲無等等) 반드시 완전한 깨달음을 얻으리
나무 칠구지 불모대 준제보살(南無 七俱胝 佛母大 准提菩薩)
무등등(無等等)을 완전한 깨달음이라 옮긴 것은 부처님의 깨달음과 견줄 만한 것을 얻는다는 의미에서입니다.
문제는 그다음의 준제보살입니다. 준제보살을 관세음보살과 같은 보살로 단정하기에는 이름 앞에 붙은 말이 걸립니다. 준제보살이 곧 관세음보살이고 곧 모든 부처님의 어머니인 불모(佛母)라는 등식이 성립한다면 고민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경전에서 관세음보살을 중생의 어머니라 부르는 경우는 있어도 부처님의 어머니로 상정한 예는 찾기 어렵습니다.
칠구지(七俱胝)는 칠천만 또는 칠억으로 옮기는 헤아리기 어려운 수를 가리키니, 이 이름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부처를 길러 낸 어머니이신 큰 보살, 준제보살'로 풀 수 있습니다. 그렇게 보면 준제보살은 관세음보살과 같거나 그보다 큰 보살로 읽어야 이치에 맞습니다.
사실 이 한 줄은 빠져도 『천수경』의 흐름에 지장이 없습니다. 그래도 이 구절이 낳는 모순은 풀 길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믿는 불교는 현교(顯敎)이고, 그와 별도로 밀교(密敎)라는 영역이 있습니다. 『천수경』은 밀교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경입니다. 밀교에서는 준제보살을 모든 부처님의 어머니이자 모성과 자비를 상징하는 보살로 이해합니다.
정리하면 앞의 게송(준제공덕취)은 준제보살을 관세음보살과 같은 현교의 보살로 보고, 게송 뒤의 '나무 칠구지 불모대 준제보살'은 밀교의 준제보살을 말한 것입니다. 이렇게까지 나누는 것이 지나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짧은 글 안에 너무 많은 사상을 담고, 현교와 밀교를 가려내기 어려울 만큼 함께 엮어 놓은 『천수경』의 성격이 이런 구별을 요구합니다.
준제진언 뒤에 나오는 '아금지송대준제'의 준제도 관세음보살의 다른 이름으로서의 준제보살인지, 모든 부처의 어머니로서의 준제보살인지 분명하게 가르기 어렵습니다. 『반야심경』이나 『법성게』는 『천수경』보다 짧고 어렵지만, 사상과 표현이 일관되어 오히려 풀이하기가 수월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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