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수관음대비주(稽首觀音大悲主)
더없는 자비의 주인이신 관세음보살님께 머리 숙입니다
자비의 주체이자 중생 구제의 주인인 관세음보살께 경건하게 머리 숙여 의지하고 공경한다는 구절입니다.
이 구절의 끝 글자를 주문을 뜻하는 呪로 써서 대비주(大悲呪)라고 풀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머리를 숙이는 대상이 관세음보살(主)이냐, 신묘장구대다라니(呪)이냐가 달라집니다. 뒤에 이어지는 내용으로 보면 주인을 뜻하는 主가 맞습니다. 바로 다음 구절에 천비장엄(千臂莊嚴), 천안광조(千眼光照)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천 개의 팔과 천 개의 눈을 가진 주체는 사람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진언을 뜻하는 呪로 읽으면 앞뒤 문맥이 맞지 않습니다.
소리를 듣는 보살
관음(觀音)은 관세음(觀世音)을 줄인 말입니다. 관세음보살은 사바세계 중생이 고통 속에서 내는 소리(世音)를 듣고 자비로 건져 주는 보살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이름에는 그보다 깊은 뜻이 있습니다. 『천수경』 자체가 관세음보살의 경전이고 수행의 측면에서도 중요한 대목이니 조금 자세히 살펴볼 만합니다.
수행은 마음을 다스리는 데서 시작합니다.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은 마음을 다스리는 것부터 출발해 불보살과 같은 마음에 이르는 것이 그 순서입니다. 그런데 마음을 움직이는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가 소리입니다. 칭찬하는 말은 듣기 좋고, 단점을 곧바로 짚는 말은 거북합니다. 공사장의 소음은 공해지만, 사물놀이나 타악 공연에서 요란하게 두드리는 소리에는 흥이 납니다.
법문 도중 아이가 울면 데려온 부모를 나무라는 스님도 있습니다. 수행하는 곳은 조용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이고,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관세음보살은 거꾸로 그 소리에 자기 마음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수행의 도구로 삼았습니다. 그렇게 하여 마침내 세상의 어떤 소리에도 좋고 나쁨을 가르는 마음은 물론, 마음이 흔들리는 일 자체를 다스렸습니다.
소리 너머의 뜻
소리, 그리고 소리가 모여 이루어진 말의 진실한 뜻을 알아듣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음악에서도 드러납니다.
푸치니의 오페라 「잔니 스키키」에 나오는 아리아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는 많은 이가 아는 아름다운 곡입니다. 딸 라우레타가 아버지에게, 사랑하는 리누치오와 맺어지게 해 달라고, 그렇지 않으면 아르노강에 몸을 던지겠다고 애원하는 노래입니다. 그런데 이 노래가 불리는 장면은 죽은 부자의 유산을 차지하려고 친척들이 속셈을 겨루는 자리이고, 딸의 애원도 결국 아버지를 그 일에 끌어들이려는 것입니다. 무대에서 그 장면을 보며 들으면, 이토록 고운 선율에 사람의 이중성과 끝없는 욕망을 실을 수도 있구나 하는 탄식이 나옵니다.
모차르트의 「마술피리」에 나오는 밤의 여왕 아리아도 그렇습니다. 절묘한 선율 속 가사는 딸을 향해 자기 뜻을 따르지 않으면 영원히 저주하겠다고 퍼붓는 내용입니다.
우리는 어쩌면 소리만 즐겼을 뿐 그 의미는 알려고 하지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꼭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알고 들으면 같은 곡도 다르게 들립니다. 세상에 있는 모든 소리를 이렇게 살피는 것도 훌륭한 수행이고, 그 수행을 완성한 분이 『천수경』의 관세음보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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