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석소조제악업(我昔所造諸惡業)
개유무시탐진치(皆有無始貪瞋癡)
종신구의지소생(從身口意之所生)
일체아금개참회(一切我今皆懺悔)
지난날 지은 모든 악업은 다 끝없는 옛적부터의 탐진치에서 비롯되었고, 몸과 입과 뜻으로 지은 것이니, 이제 그 모두를 참회한다는 게송입니다.
세 가지 업과 악업
불교에서 말하는 업에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착한 일인 선업(善業), 악한 일인 악업(惡業), 그리고 선도 악도 아닌 무기업(無記業)입니다. 짓지 말아야 할 업은 당연히 나쁜 과보를 부르는 악업입니다. 그래서 참회의 게송도 악업을 돌아보고 뉘우치는 데서 시작합니다.
탐진치, 세 가지 독
탐(貪)·진(瞋)·치(癡)는 불교에서 가장 고약한 번뇌이자 다스리기 어려운 수행의 장애입니다. 그래서 이 셋을 아예 삼독(三毒)이라 부릅니다.
먼저 탐은 욕심내는 마음입니다. 자기 능력이나 분수를 넘는 것을 갈구하고, 그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말합니다. 엄밀히 따지면 수백억, 수천억대 부자가 백만 원짜리 와인을 마시고 수억 원짜리 외제 차를 타고 한 끼에 몇십만 원짜리 식사를 한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탐심에 가득 차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재산을 모으는 과정에서 남의 희생을 강요했거나, 가진 재산을 밑천 삼아 불로소득 같은 투기로 재산을 불린다면 이는 마땅히 탐심이라는 악업입니다. 석가모니가 태자 시절 최고의 호사를 누렸다고 해서 그것을 태자의 탐심 탓으로 돌릴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진은 앞뒤 가리지 않고 화부터 내는 것입니다. 상대의 말을 차분히 듣고 판단해도 될 일을, 우선 화를 내고 말아 악업을 짓습니다. 목소리부터 높아지는 습관을 다스리는 일도 수행의 한 부분입니다.
치는 행동이 아니라 생각과 마음의 수준이 낮아 어리석은 것을 말합니다. 어리석으면 무엇이 악업인지조차 알아보지 못하니 악업을 저지를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집니다. 상식으로는 도무지 통하지 않는 고집을 확신으로 여기는 사람과는 말이 통하지 않는데, 이런 어리석음이 다툼과 악업을 낳습니다.
종신구의지소생은 이렇게 짓는 탐진치 삼독의 악업이 모두 몸과 입과 생각[身口意]에서 비롯된다는 구절입니다. 일체아금개참회는 그렇게 지은 모든 악업을 지금 돌아보고 참회한다는 다짐입니다.
참제업장십이존불
참회는 혼자 다짐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참회를 증명해 줄 분 앞에서 합니다. 이어서 참회를 증명하고 업장(業障)을 없애 주시는 열두 부처님, 참제업장십이존불(懺除業障十二尊佛)께 차례로 귀의합니다. 이름마다 어떤 죄업을 녹여 주시는지가 담겨 있습니다.
나무 참제업장보승장불(南無 懺除業障寶勝藏佛): 깊이 감추어진 진리의 보배로, 중생이 남에게 진 온갖 신세와 허물을 없애 주시는 부처님입니다.
보광왕화렴조불(寶光王火炎照佛): 지혜의 불빛을 비추어 재물을 사치하고 낭비한 죄를 없애 주십니다.
일체향화자재력왕불(一切香華自在力王佛): 자비의 향기를 뿌려 중생이 저지른 모든 죄업을 없애 주십니다.
백억항하사결정불(百億恒河沙決定佛): 갠지스 강 모래알처럼 많은 선업을 닦아, 살생의 죄업까지 없애 주십니다.
진위덕불(振威德佛): 위덕으로 악하고 불온한 업을 굴복시키고 음행의 죄업을 없애 주십니다.
금강견강소복괴산불(金剛堅强消伏壞散佛): 금강처럼 굳센 마음으로 모든 죄업을 부수고, 지옥에 떨어질 죄업까지 없애 주십니다.
보광월전묘음존왕불(寶光月殿妙音尊王佛): 달빛이 널리 비추듯 묘한 소리를 전해 중생에게 가르침의 공덕을 일깨워 주십니다.
환희장마니보적불(歡喜藏摩尼寶積佛): 여의주로 기쁨을 주시며 화내고 분노한 죄업을 없애 주십니다.
무진향승왕불(無盡香勝王佛): 다함 없는 가르침의 향기로 나고 죽는 고통을 없애 주십니다.
사자월불(獅子月佛): 사자처럼 위덕이 있고 달처럼 지혜로워, 축생으로 태어날 죄업을 없애 주십니다.
환희장엄주왕불(歡喜莊嚴珠王佛): 자비희사(慈悲喜捨)의 네 가지 한량없는 마음을 닦으며, 살생과 도둑질의 죄업을 없애 주십니다.
제보당마니승광불(帝寶幢摩尼勝光佛): 임금처럼 위력 있고 보석처럼 빛나며, 탐심의 죄업을 없애 주십니다.
열두 부처님께 귀의한 다음에는 십악참회(十惡懺悔)가 이어집니다. 악업 가운데서도 가장 무거운 열 가지를 하나하나 들어 모두 참회하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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