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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중죄금일참회(殺生重罪今日懺悔)
살생으로 지은 무거운 죄를 오늘 참회합니다.

 

『천수경』의 십악참회는 열 가지 죄를 하나씩 들어 뉘우치는 대목입니다. 앞의 살생·투도·사음은 몸으로 짓는 신업(身業), 이어지는 망어·기어·양설·악구는 입으로 짓는 구업(口業), 마지막 탐애·진에·치암은 생각으로 짓는 의업(意業)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몸과 입과 뜻의 삼업을 구체적으로 짚어 가며 하나하나 참회하도록 짜여 있습니다.

살생을 금하는 계는 불교를 잘 모르는 사람도 불교의 첫째 덕목으로 알고 있을 만큼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멀쩡한 정신으로 일부러 생명 죽이기를 즐기는 사람도 드뭅니다. 현실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취미로 하는 낚시나 사냥, 직업으로 소·돼지·닭을 도축하는 일 같은 경우입니다.

낚시의 고수들은 잡은 물고기를 그 자리에서 놓아주거나, 아예 바늘 없는 줄만 물에 드리워 놓고 마음으로 즐긴다고 합니다. 총으로 멧돼지나 토끼를 잡는 사냥을 즐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연인지 과보인지 알 수 없지만, 바다낚시를 하다 파도에 휩쓸리거나 사냥 중에 사람을 잘못 쏘아 삶을 망쳤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옵니다.

불교를 떠나 생각해도 취미는 삶에 여유를 주고, 쉬면서 다음 일을 할 힘을 채우는 데 뜻이 있습니다. 자칫하면 내 삶 전체를 앗아 갈 수 있는 일을 굳이 취미로 삼아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 볼 만합니다.

직업 때문에 도축을 피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잠시라도 그 짐승에게 자비의 마음을 내야 합니다. 과학자들도 실험실에서 희생된 동물을 위해 위령비를 세우고 경건하게 추모하는 일을 소중히 여깁니다.

투도중죄금일참회(偸盜重罪今日懺悔)
도둑질한 무거운 죄를 오늘 참회합니다.

 

투도는 도둑질입니다. 넓게 보면 남이 주기 싫어하는 것을 억지로 내 것으로 만드는 일, 내가 한 일보다 더 많은 대가를 바라는 일도 투도에 들어갑니다. 등기도 하지 않은 부동산을 되파는 전매를 업으로 삼아 실수요자에게 피해를 주는 투기도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당사자들은 투자라고 주장하겠지만 말입니다.

사음중죄금일참회(邪淫重罪今日懺悔)
삿된 음행을 한 무거운 죄를 오늘 참회합니다.

 

사전은 사음을 배우자 아닌 사람과 성관계를 갖는 것이라고 풀이합니다. 그렇다면 배우자와의 관계는 십악의 사음에 들지 않습니다. 사전에 없는 말이지만 이것을 편의상 정음(正淫)이라 불러 볼 수 있겠습니다. 음행이긴 해도 정당한 행위라는 뜻에서 '사(邪)' 대신 '정(正)'을 붙인 것입니다.

그런데 정음도 지키기가 쉽지 않습니다. 부부 사이에 소홀하면 이혼 사유가 될 수 있고, 상대가 원하지 않는데 강요하면 세속의 법으로 성폭력이 됩니다. 사음 역시 어디까지를 음행으로 볼지 경계가 분명하지 않습니다. 음란물을 가를 때 노출의 정도를 기준으로 삼듯 어딘가에 선을 그어야 하는데, 그 선이 어디인지 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전처럼 성관계를 기준으로 삼으면, 그에 못 미치는 애정 표현이 사음에 드는지 아닌지 가리기 어렵습니다.

살생·투도·사음 세 가지는 모두 몸으로 짓는 악업, 곧 신업입니다.

덧붙여 생각해 볼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결혼을 며칠 앞둔 남녀가 식을 기다리지 못하고 먼저 잠자리를 했다면 이것도 사음일까요? 부파불교 시대에는 이처럼 계율을 세세하게 어떻게 해석할지를 두고 논쟁하다 합의점을 찾지 못해 교단이 갈라서기를 거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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