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으로 화냄이 없고 밖으로는 세상의 부귀영화를 넘어선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는 것처럼.
이 게송은 수행자가 이겨 내야 할 것으로 화냄과 부귀영화를 꼽습니다.
화는 참 다루기 어렵습니다. 사람은 왜 화를 낼까요. 화는 무언가가 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그것도 참기 힘들 만큼 거슬릴 때 납니다. 문제는 화를 내는 그 '내 마음'이 지극히 주관적이라는 데 있습니다. 내 마음도 시시각각 달라지는데 다른 사람의 마음과 맞아야만 화가 나지 않으니 몹시 까다롭습니다.
화를 당하는 쪽은 대개 황당해하고, 자기도 화로 맞받아쳐야겠다는 감정을 일으킵니다. 이것이 화의 본질입니다. 상대가 당장 화로 되갚지 않는다고 자기가 화낸 것이 정당했다고 여긴다면, 돌을 집어 자기 머리 위로 던져 올리는 것과 같습니다. 머리 위로 올라간 돌들은 하나하나 연(緣)이 되어 언젠가 우박처럼 쏟아집니다.
철학이나 종교를 떠나서도 화를 내면 몸에 곧바로 나쁜 반응이 옵니다. 뇌가 즉각 반응해 기억력이 떨어지고 온몸에 스트레스 호르몬이 퍼집니다. 그중 아드레날린은 혈압을 높이고, 아세틸콜린이나 세로토닌 같은 물질은 복통이나 설사를 일으킵니다. 심하면 심장마비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화가 극에 달해 몸싸움까지 벌이게 되면 이성을 잃고 말을 더듬으며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어지는데, 상대를 휘어잡는 힘만은 갑자기 세집니다. 이런 몸의 반응 때문입니다.
한편 예전의 할머니와 어머니들은 참는 것이 미덕이라 여기며 한계를 넘도록 참다가 화병으로 고생하기도 했습니다. 화병은 1994년 미국정신의학회가 펴낸 진단 편람(DSM-IV)에 한국인의 문화 관련 증후군의 하나로 'hwa-byung'이라는 이름으로 실렸습니다. 자기 소신대로 살고 할 말은 다 하는 요즘 젊은 세대에게는 화병이 대물림되지 않을 듯한데, 이것이 좋은 일인지는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어쨌든 화의 본질이 이러하니 일반인도 아닌 수행자가 화를 참지 못하는 것은 분명 큰 허물입니다. 수행으로 자비심이 자란 사람은 화를 낼 대상이 없는 경지를 느끼게 되어 저절로 화낼 일이 없어집니다.
잡념을 불살라 남김이 없고 마음이 잘 다듬어진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는 것처럼.
화는 그래도 상대가 너그럽다면 '그래, 오죽하면 그러겠느냐' 하며 받아 줄 여지가 있습니다. 이 게송이 말하는 잡념(雜念)은 정말 쓸모가 없습니다. 경전에 자주 나오는 망상(妄想)도 마찬가지입니다.
생각이 많은 것과 잡념은 뿌리가 다릅니다. 많은 생각은 좋은 아이디어로 이어질 수 있고, 예술이나 창작에서는 오히려 생각을 많이 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잡념은 말 그대로 잡스러운 생각입니다. 자기 말고는 누구의 동의도 얻을 수 없고 자신의 현실과도 거리가 먼 생각들이 잡념입니다.
한 심리학자가 사람들이 평소 하는 생각의 범위와 현실성을 표본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보통 사람은 지나간 일, 주변 사람, 미래에 대한 뜬금없는 생각에 전체 생각의 90% 이상을 쓰고, 지금 당장 결단이 필요한 일에 쓰는 생각은 10% 정도라는 결과였습니다.
그러니 잡념을 남김없이 불사른 경지는 거의 무념무상의 고요한 마음인 선정(禪定)에 이르러야 가능합니다. 잡념이 없는 데다 마음까지 잘 다듬어진 수행자라면 생각 하나하나가 자비와 중생 구제로 가득한 보살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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