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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버릇이 조금도 없고 악의 뿌리를 뽑아 버린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는 것처럼.

 

『숫타니파타』를 읽어 보면 종교적으로 어려운 말이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불교를 이야기할 때 으레 따라 나올 것 같은 불성(佛性), 법계(法界), 바라밀(波羅蜜) 같은 용어는 보이지 않고, 공(空)이라는 말도 뒷부분에서 '세상을 공한 것으로 보라'는 가르침 등으로 드물게 나올 뿐입니다. 이 구절도 '나쁜 버릇', '악의 뿌리'처럼 누구나 일상에서 쓰는 말로 수행의 길을 가리킵니다.

대승불교나 교학(敎學) 중심의 불교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이렇게 색을 뺀 듯한 언어가 오히려 낯설고, 그 깊이 앞에서 당혹스럽기까지 합니다. 나쁜 짓을 하지 말고 살라는 지극히 당연한 말이 2,500여 년 전부터 전해 온 경전에 이미 담겨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진리가 시대와 장소를 넘어선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그 뒤에 나온 『아함경』 같은 초기 경전에는 붓다의 이런 짧은 한마디를 듣고 자기 허물을 깨달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수없이 나옵니다. 그들은 땅을 치며 뉘우치고 마음을 돌려 제자가 되었고, 높은 수행의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지금은 사정이 다릅니다. 진리를 들어도 무덤덤하고, 당연한 말을 들으면 "그걸 누가 모르나" 하며 도리어 오만한 태도를 보이기도 합니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진리에서 멀고 사이비 성격이 짙은 종교일수록 어리석은 사람들이 더 쉽게 넘어간다는 점입니다. 사이비의 특징은 대개 두 가지로 모입니다. 중생의 욕망을 당장 이루어 주겠다고 약속하거나, 죽은 뒤의 문제를 지금 눈앞의 문제보다 훨씬 급한 일처럼 몰아붙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숫타니파타』가 말하는 '나쁜 짓'과 '악'은 범위가 넓습니다. 도둑질처럼 누구나 나쁘다고 인정하는 일에서 시작해, 진리를 비틀어 세상을 속이고 그 대가로 자기나 자기 집단의 이익을 챙기는 종교적 행위까지 모두 들어갑니다.

'뱀의 비유'라 불리는 이 첫 경의 요지는 마지막 두 마디에 있습니다.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와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는 것처럼"입니다. 앞의 말은 깨달음에 이른 경지를 나타내는 표현이어서, 앞서도 나왔고 앞으로도 『숫타니파타』 곳곳에서 되풀이됩니다.

뒤의 말은 껍질을 벗고 탈바꿈하듯 근본이 바뀌는 것을 가리킵니다. 파충류인 뱀은 몸이 더 자라려면 낡은 피부를 벗고 새 피부를 스스로 만들어야 합니다. 벗어 놓은 허물은 만져 보면 벌집 같은 느낌이 드는 얇고 하얀 막인데, 비늘 모양까지 그대로 찍혀 남아 있습니다.

수행자가 뱀처럼 허물을 벗는다는 것은 크게 한 소식을 얻어, 안과 밖이 모두 달라진 모습으로 수행의 본보기가 되는 일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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