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아주 널리 알려진 구절입니다. 『숫타니파타』에서 이 대목을 직접 읽으면 먼저 무소가 어떤 짐승인지부터 궁금해집니다.
무소는 코뿔소를 가리키는 우리말입니다. 인도와 아프리카에 주로 살고, 몸집이 코끼리에 가까운 종류도 있습니다. 소나 기린 같은 짐승의 뿔은 머리뼈가 솟아 나와 생긴 것이지만, 무소의 뿔은 피부가 변해 단단하게 굳은 것이어서 생겨난 과정부터 다릅니다. 『숫타니파타』의 무소는 그 가운데서도 이마 한가운데 뿔이 하나만 솟은 인도의 외뿔 코뿔소입니다. 떠올려 보면 참으로 당당한 모습이고, 실제로 이 짐승의 힘과 뿔 때문에 사자도 함부로 덤비지 못한다고 합니다.
'무소'라는 말이 들어간 낱말로 무소불위(無所不爲)가 있는데, 사전에는 '못 할 일이 없음'이라고만 짧게 나옵니다. 아래 구절들을 읽을 때는 못 할 일 없이 날뛰는 무소불위가 아니라, 무소처럼 당당하게 살라는 붓다의 말로 새기면 좋겠습니다.
구절들은 간결하고 분명해서 긴 설명이 오히려 맛을 흐립니다. 다 읽은 뒤에는 "무엇을 하지 말고 나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자"는 식으로 자기만의 구절을 하나 지어 보는 것도 좋습니다. 그렇게 지은 구절은 언젠가 후손에게 물려줄 큰 선물이 될 수 있습니다.
사랑과 동행에 대하여
첫 구절은 모든 생물에게 폭력을 쓰지 말고 괴롭히지 말며, 자식을 얻으려고도 하지 말라고 합니다. 하물며 친구는 더 말할 것도 없다고 하고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로 맺습니다. 이 경은 모두 마흔한 게송으로 되어 있는데, 거의 모두가 같은 말로 끝납니다.
만남이 깊어지면 사랑과 그리움이 생긴다. 사랑과 그리움에는 괴로움이 따른다. 애착에서 고통이 생기는 것임을 알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이어서 경은 친구를 지나치게 좋아해 마음이 얽매이면 본뜻을 잃는다고 말합니다. 자식과 아내에 대한 애착은 가지가 무성한 대나무가 서로 엉킨 것과 같으니, 죽순이 다른 것에 들러붙지 않듯 혼자 가라고 합니다. 숲에서 묶이지 않은 사슴이 먹이를 찾아 마음대로 다니듯, 지혜로운 사람은 독립과 자유를 찾아 갑니다.
동행이 있으면 쉬거나 걷거나 서 있거나 여행할 때나 늘 간섭을 받습니다. 동행이 있으면 놀이와 환락이 따르고, 자식이 있으면 애정도 커집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괴로움이 싫다면 혼자 가라는 것입니다. 사방을 떠돌며 남을 해칠 생각을 하지 말고, 얻은 것에 만족하며, 어려움을 이겨 두려움 없이 가라고도 합니다. 출가하고도 집에 사는 사람처럼 불만이 많은 이가 있다는 경고와 함께, 남의 자식에게 마음을 두지 말라는 말도 나옵니다.
어떤 벗과 함께 갈 것인가
이 경이 무조건 혼자 가라고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마흔한 게송 가운데 후렴 없이 끝나는 것은 다음 한 게송뿐입니다.
만일 그대가 현명하고, 일에 성실하고, 지혜로운 동반자를 얻는다면 어떠한 난관도 극복하리니, 기쁜 마음으로 생각을 가다듬고 그와 함께 걸어가라.
바로 다음 구절이 조건을 뒤집습니다. 그런 동반자를 얻지 못했다면, 왕이 정복한 나라를 버리고 떠나듯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참으로 친구를 얻는 행복을 기린다. 자기보다 뛰어나거나 동등한 친구와는 가까이 친해야 한다. 이러한 친구를 만나지 못할 때에는 허물을 짓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유익함을 보지 못하고 그릇된 일을 일삼는 나쁜 벗, 탐욕에 빠진 게으른 사람은 멀리하라고 합니다. 반대로 널리 배워 가르침을 새길 줄 알고 생각이 깊은 현명한 친구와는 사귀라고 권합니다. 마지막 구절은 사람들이 대개 자기 이익을 위해 벗을 사귀고 서로 기대며, 당장의 이익을 따지지 않는 벗은 보기 드물다고 말합니다. 자기 이익만 좇는 사람은 청정하지 못하니 혼자 가라는 것입니다.
욕망과 번뇌를 끊고
욕망은 빛깔이 곱고 달콤해서 사람을 즐겁게 하지만 갖가지 모습으로 마음을 어지럽힙니다. 사교 모임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잠시라도 해탈에 이를 틈이 없습니다. 그릇된 견해를 넘어서고 감각의 욕망을 다스린 사람은 이제 남에게 이끌릴 필요가 없다고 여기며 혼자 갑니다.
물속의 고기가 그물을 찢고 나가듯, 다 타 버린 자리에 다시 불이 붙지 않듯 번뇌에서 벗어나라고 합니다. 마음을 덮는 다섯 가지 장애를 벗고 사소한 번뇌와 애욕의 허물까지 끊으며, 이미 겪은 즐거움과 괴로움, 쾌락과 근심을 내려놓아 고요하고 맑은 마음을 얻으라고 합니다. 최상의 진리를 향해 게으름 없이 정진해 몸의 힘과 지혜의 힘을 갖추고, 홀로 앉아 명상하며 늘 이치에 맞게 행동하라는 당부도 이어집니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진흙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이빨이 억센 사자가 뭇짐승을 누르듯 한적한 곳에 머물고,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버리고 모든 장애를 부수어 목숨을 잃는 것조차 두려워하지 말라는 구절도 있습니다. 이 게송들은 결국 집착 없이 당당하게 자기 길을 가라는 한 가지 당부로 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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