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경의 주제는 사람의 몸을 관찰하는 일입니다. 붓다가 몸의 부정(不淨)에 대해 처음 허무를 느낀 일은 출가 전 태자 시절의 이야기에 이미 나옵니다.
고타마 싯다르타(Gotama Siddhartha) 태자 시절, 아버지 정반왕은 날마다 잔치를 벌여 아들의 출가를 막으려 했습니다. 어느 날 태자는 무희(舞姬)들의 춤과 노래에 지쳐 깜박 잠들었다가 깨어났는데, 곱게 화장하고 옷을 차려입었던 무희들도 잠들어 있었습니다. 흐트러진 모습으로 침과 콧물을 흘리며 잠꼬대하는 그들을 보고 태자는 사람의 몸이 깨끗하지 못하다는 것을 느끼고 출가를 다짐했다고 경전은 전합니다.
이 경에 '승리'나 '극복'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몸의 부정함을 잘 관찰해 몸에서 일어나는 욕망을 말 그대로 더러운 것으로 알아차리자는 데 뜻을 두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관찰해 애욕을 다스리는 수행을 부정관(不淨觀)이라 합니다. 그러니 '제어', '조복', '항복' 같은 이름을 붙여도 틀리지 않습니다.
부정관을 초보적이라거나 실제로는 쓸모없다고 여겨서는 안 됩니다. 욕정이 아무리 간절해도 상대의 몸에서 썩는 냄새가 나고 입에서 악취가 나며 콧물이 흐르고 장 속에 똥이 가득하다는 것을 실감한다면, 그 욕정을 끝까지 밀고 가기는 어렵습니다.
경의 내용
경은 걷고 서고 앉고 눕고 몸을 굽히고 펴는 것이 몸의 동작이라는 데서 시작합니다. 몸은 뼈와 힘줄로 엮이고 속껍질과 살과 살갗에 덮여 있어 있는 그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안에는 내장과 위가 들어차 있고 간, 방광, 심장, 폐, 신장, 비장이 있으며, 콧물, 점액, 땀, 지방, 피, 관절액, 담즙, 림프액이 있습니다.
그 아홉 구멍에서는 항상 더러운 것이 흘러 나온다.
눈에서는 눈곱이, 귀에서는 귀지가 나오고, 코에서는 콧물이, 입에서는 침과 가래가 나옵니다. 온몸에서는 땀과 때가 나고, 머릿속 빈 곳은 뇌수로 차 있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어리석음에 끌려 이 몸을 깨끗하다고 여깁니다. 죽어 쓰러지면 몸은 붓고 검푸르게 변하고, 무덤에 버려지면 친척도 돌보지 않습니다. 개와 여우와 늑대와 벌레가 파먹고 까마귀와 독수리가 쪼아 먹습니다.
지혜로운 수행자는 깨달은 이의 말을 듣고 이것을 분명히 압니다. 있는 그대로 보기 때문입니다. 저 시신이 그러하듯 내 몸도 그러하고, 내 몸이 그러하듯 저 시신도 그러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안으로나 밖으로나 욕망을 극복해야 하며, 애욕을 떠난 수행자는 죽지 않고 평안하며 사라지지 않는 열반에 이른다고 경은 말합니다.
이런 몸뚱이를 가지고 있으면서 자신을 훌륭한 것으로 알고, 또 남을 업신여긴다면 그는 미련하고 통찰력이 없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 시대의 해부학
내용은 간단합니다. 그런데 그 시대에 정말 이런 해부학적 이해가 가능했을까요. 가능했습니다. 율장(律藏)을 비롯한 초기 경전에 비교적 자세히 나오는 명의 지바카가 있습니다. 그는 붓다의 가장 가까운 후원자였던 빔비사라(Bimbisāra) 왕의 주치의 노릇도 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깨달음을 얻은 붓다를 물심양면으로 도운 빔비사라 왕은 붓다와 같은 시대의 왕이니, 지바카도 기원전 6~5세기 무렵 사람입니다. 경전에 기록된 그의 활약을 보면 내과와 외과는 물론 해부학 지식도 뛰어났던 것이 분명합니다. 그는 붓다의 풍병(風病)과 십대제자 아나율의 귓병을 고쳤고, 빔비사라 왕의 치질을 수술했으며, 왕사성에서 머리뼈를 여는 수술을 했고, 부호의 아들의 배를 갈라 꼬인 창자를 바로잡는 수술도 했다고 합니다. 600~700년쯤 뒤에 나온 중국의 명의 화타(華佗)보다 훨씬 앞선 시대의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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